[인터뷰]“칠레는 세계적 식품수출국…와인 외에도 최상 품질 제품 많아”
[인터뷰]“칠레는 세계적 식품수출국…와인 외에도 최상 품질 제품 많아”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5.11.16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서 처음 ‘Food From Chile’ 캠페인 시작한 빠라게스 주한칠레대사관 상무관

칠레 식품이 우리 식생활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주한 칠레대사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Foods From Chile: Source of Life’ 캠페인을 론칭했다. ‘칠레 식품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뜻의 이 캠페인은 그보다 2주 전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깨끗한 자연환경과 지리적 특성, 다양성이 강점인 칠레 농산물 및 식품의 수출 증진을 위해 산티아고에서 발표한 것이다.

칠레는 2004년 4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맺은 FTA(자유무역협정) 국가다. 그동안 돼지고기 와인 포도 호두 등 다양한 식품들이 수입식품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와 친숙하다. 이런 가운데 ‘세계 10대 식품강국’으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캠페인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서 선언했다는 점 또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난 2월 한국에 부임한 후 이날 서울 론칭 행사에서 칠레의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디너 이벤트를 진행한 빠뜨리씨오 빠라게스(Patricio Parraguez) 주한 칠레대사관 농․상무관을 만나 ‘Food From Chile’ 캠페인의 배경과 한-칠레 식품교역 현황을 자세히 들어봤다.

Q. 한국에 부임한지 8개월 지났다. 소감은.

A. 지난 18년간 칠레 수출진흥청인 ‘프로칠레(Prochile)’에 근무하면서 유럽, 남아공, 캘리포니아 등지로 칠레 제품 프로모션 활동을 해 왔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근무하게 됐지만 여러 곳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한국은 기술이 발전돼 있고 이동이 편하다. 말이 잘 통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다. 또한 이곳 상무관실 직원들도 스페인어와 한국말을 하기 때문에 매우 편하게 일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자의 습관이나 행동, 한국인의 비즈니스 영역이나 습관, 문화가 칠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한국에서 칠레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고, 한국 식당에서 칠레산 돼지고기나 연어 등의 포지션이 잘 갖춰져 있어 감동을 받았다. 한국 생활은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기쁘고 즐겁다.

칠레산 해산물 등 안전한 천연의 맛 자부심
와인 돼지고기 등 국내서 포지션 갖춰 만족
전통주 ‘피스코’ 유럽서 인기…조만간 도입  

Q. Foods From Chile 캠페인을 론칭하게 된 배경은.

A. FFC 캠페인은 칠레 대통령이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다섯 가지로 꼽히는 칠레 식품의 특징을 전 세계에 알려 그 위상을 더욱 높이자는 것이다. 다섯 가지 특징은 고품질, 안전성, 이력추적 가능, 국제적 보증, 천연의 맛이다. 칠레는 위생적인 조건의 지리적 식품 공급망을 가진 나라다. 안데스산맥과 빙하,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천혜의 자연 환경이 바로 그것이다.

신선한 블루베리, 체리, 포도, 말린 자두, 건사과, 냉동연어, 홍합 등은 작년 칠레가 세계 수출 1위를 달성한 품목들이다. 한국의 검역 조건은 세계에서도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데, 한국 바이어들은 칠레 식품에 대해 청정지역에서 생산된다는 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칠레에서 생산되는 최상 품질의 건과류나 천연수, 해산물, 꿀, 올리브오일, 유제품 및 유기농식품 등 아직 한국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수두룩해 이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칠레 정책이 바로 FFC 캠페인이다.

Q. 서울 FFC 캠페인 론칭 행사는 ‘피스코(PISCO)’를 식전주로 시작해 식후주로 마무리할 정도로 피스코 홍보에 역점을 뒀다는 인상을 받았다. 피스코는 어떤 술인가.

A. ‘피스코’는 칠레 전통주로, 이 명칭을 사용하려면 국가가 정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 칠레 북부지방 아따까마(Atacama)와 꼬뀜보(Coquimbo) 지역에서 재배한 ‘무스까(Musca)’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 증류주에만 이름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피스코는 와인을 증류해 만든다는 점에서 브랜디나 코냑과 주조 방법이 비슷하지만 오크통에서 숙성하지 않아 신선하고 풍부한 과일향이 특징이다. 숙성 기간도 6개월을 넘지 않아 와인보다 짧은 편이다. 아직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칠레와 유럽 등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레몬·라임·설탕과 섞어 마시는 ‘피스코 사워’나 콜라와 섞어 마시는 ‘피스콜라’로 유명하다.

△주한칠레대사관 빠라게스 상무관이 다양한 피스코 제품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Q. 페루도 피스코를 자국 전통주라고 내세운다. 원조 싸움으로 양국간 갈등은 없나.

A. 스페인 식민지 시절 남미에는 칠레와 페루라는 나라가 없었다. 다만 현재 피스코용 포도 품종을 생산하는 두 지역에서 수작업으로 주조해오다 1810년 칠레가 독립되면서 ‘피스코라는 이름의 원조가 있는 곳’이라는 문서를 발견한 이후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됐다.

페루 피스코는 단지 식민지 시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포도를 발효시켜 와인을 만들고 증류한 리큐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칠레는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 ‘피스코는 칠레가 원조인 술’이라는 내용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칠레는 다른 나라 피스코와 비교하기보다는 원조의 지역적 특성과 품질, 기준 등을 정확하게 알리는 프로모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은 결국 맛에서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Q. 한-칠레간 식품 교역에 있어서 피스코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나.

A. '이제부터 피스코다'라는 개념보다는 많은 칠레 식품을 공히 한국 시장에 선보이기를 원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피스코를 좋아하고 빨리 수입되길 희망하고 있어 이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한국 시장에서 칠레 식품의 위치에 대한 평가는.

A. 한국에 칠레 와인을 가장 많이 수출할 정도로 칠레 식품에 대한 한국 시장 위상에 매우 만족한다. 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각 협회나 에이전시를 통해 캠페인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베리를 비롯한 칠레 과일은 전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칠레의 생산 환경과 공급 과정을 제대로 알린다면 1위 유지는 문제가 없을 것이므로 계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시장에 칠레 식품을 알리고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베리 등 세계 1위 수두룩…이미지 제고 캠페인
위생 검역 8단계 길어 시간 소비…단축 바라
시장 개방 수준 반영한 FTA 재협상도 필요 

Q. FFC 캠페인 발표 이후 정책의 변화는.

A. 프로칠레(Prochile)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칠레 제품 수출 홍보기관이다. 그동안 칠레 제품의 수출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식품에 대한 캠페인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생명의 근원(Source of Life)’을 슬로건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로 이번에 발표한 ‘FFC’다.

칠레 식품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마키베리나 망하르(manjar: 밀크잼) 같은 ‘건강에 좋은’ 식품이 매우 많은데, 이번 캠페인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널리 알리는 지속적인 프로모션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에 특별한 정책의 변화는 없다.

Q. FFC 캠페인을 한국서 아시아 처음으로 론칭한 이유는.

A. 칠레 입장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한국은 전 세계 칠레식품 수출국 9위, 아시아 3위의 나라로서 경제 성장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장 기회가 많다.

Q. 한국과의 식품교역상 애로점과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은.

A. 한국은 11년 전 칠레와 FTA를 처음 체결했다. 그때 한국은 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몇몇 품목을 제외시켰는데, 지금은 당시 상황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재협상을 통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칠레 농식품이 한국에 수입되려면 최소 8단계의 위생검역 시스템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물론 한국 정부만의 정책이지만 무역 장벽으로 느껴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Q. 앞으로 5년의 임기동안 한국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다면.

A. 한국은 도전할 것이 많은 개방된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칠레 하면 가장 먼저 ‘와인’을 떠올리는데, 이제는 와인뿐만 아니라 ‘식품을 수출하는 국가’라는 폭넓은 이미지를 갖도록 개선하고 싶다. 또한 단순히 칠레를 알리는 것이 아닌 한국의 많은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칠레를 직접 방문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적극 돕고 추진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