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표시 일원화…유예 기간 2~3년 필요”
“식품 표시 일원화…유예 기간 2~3년 필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5.0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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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규정 외엔 업체 자율로 전환하되 책임 강화를
‘합리적인 식품표시 정책 토론회’ 본지 주최 토론회

△토론회에는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학계, 업계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월부터 시범 실시 중인 식품 표시기준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루어 졌다.

소비자 알권리 강화 및 제품 표시 가독성 개선 등을 위해 개정된 ‘식품 등의 표시기준’의 내년 1월 1일 전면 시행에 앞서 지난 2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각 부처간 산재돼 있는 표시 관련 법령 시행규칙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업계는 기존 포장재를 폐기해야 하는가 하면 인적·물적 비용이 추가돼 재정적 부담은 물론 마케팅 전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합리적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는 △식품표시규정 통합 관리 △시행 일자 통일 △유예기간 2~3년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관리·감독 역할에서 벗어나 규제 완화를 통해 업계 스스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한 자정적 시행 환경 조성을 마련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본지 주최 25일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합리적인 식품표시 정책’ 토론회에는 정부, 소비자단체, 학계, 업계 등 300여 명이 운집해 식약처가 2월부터 시범 실시한 식품 표시기준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했다.

△김일근 부장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 김일근 부장은 ‘식품표시 정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며 현재 식품표시 관련 표시제도가 식약처, 농식품부, 환경부 등 9개 부처, 16개 규정에 달해 업계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표시 관련 규정은 식품위생법에만 5개 의무규정이 있으며, 타 부처 포함 16개 법규가 산재돼 있어 식품업계는 이러한 모든 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식품제조기업 2만7000개 중 80~85%가 영세해 정부 정책 수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김 부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각 부처마다 잦은 시행령 시행 규칙의 개정으로 이에 다른 인력·비용 상승, 기존 포장재 폐기 등 막대한 손실을 유발하고 있어 일원화된 식품표시 관련 규정 개정 및 개정시기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김 부장은 “표시제도는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 제공으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와의 소통을 할 수 있는 마케팅 요소로 상호 보완적인 측면도 있지만 특히 각 부처별 규정을 지키고 모니터링 해야 하며, 재고관리 및 동판 관리 등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업계는 큰 부담이 되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또한 “포장재에는 필요한 정보만 선별·표시하고, 앱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가독성을 높인다면 업계는 더욱 표시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품질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예기간에 있어서는 사회적·국제적 여건에 다른 개선 운영은 바람직하지만 업계 현실을 고려한 충분한 유예기간(2~3년)이 부여되길 희망했으며, 이와 함께 정부는 소비자 불안감 해소 및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한 홍보를, 업계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마케팅이나 광고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잦은 개정으로 포장재 폐기 등 막대한 손실 발생
시행일자 통일·하위 정보 앱 통한 제공 허용해야
영양 성분 기준 오차 반영하고 첨가물 코드화도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는 법률가 시각에서 바라 본 합리적인 식품표시 정책 방안에 대해 제언하며, 현행 표시제도는 업계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만큼 현행 규제 정책의 전환을 통해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업계는 식품 등 표시 기준위반 시 행정처분과 소비자 신뢰도 하락을, 소비자는 가독성과 정보제공성 불만 및 소비자 알권리 제한 등을 이유로 현재 표시제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주도해야만 다 관리될 것이라는 생각이 빚은 결과라고.

김 변호사는 업체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표시가 너무 자주 바뀌고, 표시 규정에 대한 명확성이 없는데다 의무규정에 포함되지 않은 표시부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유권해석이 서로 달라 현장의 혼란이 야기되는 사례가 많아 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다보니 업계에선 세부적인 규정을 담당 공무원에게 모두 질의를 하게 되고, 공무원은 모든 규정에 대해 일일이 답변을 줌으로써 업무량 포화 상태에 이른다”며 “특히 담당자들이 식품업계 종사자들과 같이 표시관련 업무를 지속한 것이 아니라 잦은 자리 이동으로 유사한 질의에 대해 담당자 재량에 따라 반대의 답변이 오는 경우도 있어 식약처 내부에서의 고민이 필요하고 교육 등을 통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요구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최근 개정돼 내년 4월 19일부터 시행되는 제조물 책임법을 예로 들며 표시제도에 대한 책임은 업계가 지고 있는데, 이를 의무규제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업계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표시제도가 만들어진 목적은 식품 등 위생적인 취급을 도모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공정 거래의 확보를 꾀하는 것이지만 문제 발생 시 식약처에서는 영업자의 일로 치부하며 관심이 없다”며 “이 경우 공정관리위원회의 표시기준공정화법에 따라 이중 처벌이 발생할 소지가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표시문제는 식약처에서 관리감독으로 해결할 부분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규정 외에는 업계 자율로 전환 및 지도를 해야 하며, 고시 개정을 통해 위급하게 정보 제공이 필요한 경우가 아닐 경우에는 최대 연 1회 개정 의무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세분화해서 원재료별 영양성분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 등에 대해 오차범위를 고려한 합리적인 기준이 확립돼야 하며, 현행 표시간소화 시범사업과 연계해 소비자가 불안해하는 식품첨가물 코드화로 안전정보 동시 제공이 가능한 선진국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분기별·반기별 토론 자리를 마련해 업계 의견이 적극 반영되고, 식약처 공무원들만 아는 내부 정보도 공유될 수 있는 자리가 정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대상·롯데 등 11개사 35개 품목 표시 시범 사업
11월 소비자 체감도 인식 조사 후 정책에 반영
시행일 통합 운영제 검토…2020년 등 짝수해 유력 

△토론회에 참석한 식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발제자의 발표를 주의깊에 경청하고 있다.

△좌정호 과장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좌정호 식품안전표시인증과장은 “표시제도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첫 대면하는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소비자가 개개의 상품 및 브랜드 등의 판단이 용이할 수 있도록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는 좀 더 자세히 보고, 공급자는 좋은 부분만 강조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사이가 모호해지는 부분이 있어 정부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 강화를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표시정책의 중요성은 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즉 표시는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1차적인 선택의 여지를 주는 수단으로, 소비자가 알기 쉽게 소비 단계별로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표시 시범사업에선 표시는 간략하게 제품명, 유통기한, 열량, 영양성분, 알레르기 여부 등 중요 내용을 중점 부각해 선택과 집중을 꾀했으며 CJ제일제당, 대상, 오리온, 롯데제과 등 11개사 35개 품목을 선정해 새로운 표시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표시사항에서 생략된 내용은 앱을 통해 확인하도록 했다.

반면 공급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포장지 폐기·교체로 인한 불필요한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시행일 통합운영제’ 운영도 추진 검토 중이다. 표시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도 있지만 경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어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면 표시제도 변경 시 시행일을 통합으로 운영, 오는 2020년 또는 2022년 짝수단위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좌 과장은 밝혔다.

좌 과장은 “시범사업은 오는 11월 소비자 체감도 인식조사를 거쳐 12월 정책에 반영하고, 1~2년 일정한 시기를 둬 생산하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포장재를 바꾼다거나 불합리한 정보를 넣는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해나 혼동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개선을 당부했다.

또한, 액상차의 식품유형을 주표시면에 표시한 경우 제품명으로 ‘00수’ 허용 및 조리 시 해동방법을 업체 선택에 따라 표시할 수 있는 영업자를 위한 규제개선과 아마씨 등 정확한 섭취량을 표시하는 소비자 정보제공은 물론 복합원재료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고시 등이 상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표시제도는 깨알만하게 표시돼 소비자들이 볼 수 없는 만큼 현실적으로 바코드나 앱으로 표시하는 정보만 도입한다면 업계에서도 포장지 폐기 등 불필요한 비용 발생 등 부담이 줄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트륨 저감화에 대해서도 법으로 규제해 강제로 하는 것보다는 식생활 개선을 통해 바꾸는 것이 실효성이 높다고 밝혔다.

좌 과장은 “표시제도에 너무 많은 정보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현재 시범사업인 만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중요 정보만 담도록 할 것이며, QR코드를 사용한 앱으로 표시하는 방법도 시행 중에 있다”며 “나트륨 양에 대한 설정에 대한 건의에 대해선 담당 부서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민 변호사는 “영업자 스스로 소비자에게 보다 안전한 제품 등을 제공하는 추세이지만 표시제도에 기재돼 있는 정보 외에 다른 정보를 기재할 경우 위법이 아님에도 담당자들에게 질의하면 정책 외에 것은 막는다”고 토로했다.

좌 과장은 “법률 외의 것을 말하기가 힘들지만 의사소통간 위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점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실질적인 책임 하에 자율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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