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로 메주도 만드나
밀가루로 메주도 만드나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8.04.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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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공전 ‘콩 함량 규격’ 삭제로 값싼 밀가루 메주 증가…90% 짜리도 유통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부 메주가 대두(콩)을 주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저가 밀가루 등으로 만들고 있어 소비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정부가 2007년 식품공전(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품질규격을 정한 정부고시)을 바꾸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콩 함유량을 한식메주 ‘95% 이상’, 개량메주 ‘85% 이상’으로 명시돼 있던 식품공전의 내용을 빼면서 법적 근거가 없어져 업체들이 가격이 저렴한 밀가루 등을 이용해 ‘콩 메주가 아닌 밀가루 메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메주는 장을 담그는 기본 재료로 콩이 주원료이나 식품공전이 개정되면서 메주의 콩 함량기준이 없어져 저급 메주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정을 악용해 대두를 일부만 포함하고 원가가 낮은 밀가루 등을 사용한 저품질의 메주가 유통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서울콩가공식품사업협동조합이 적발해 검찰에 고발한 업체들의 경우 콩은 10%도 안 쓰고, 수입 밀가루를 90% 이상 쓰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상적 발효 안 돼 품질 떨어져…소비자 불신
콩가공식품조합 대두 함량 기준 설정 요구

이렇게 만들어진 저급메주의 경우 발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먹을 수 없을 정도(쓴 맛이 강함)로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

또 메주 제조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거세게 나오고 있다.

이에 조합은 식품공전 상 메주 콩 함량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수년 째 식약처에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김세영 조합 이사장은 “정상적으로 메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메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증가와 국산 콩 소비 감소, 메주 시장 위축 등으로 번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저가의 수입 밀가루 소비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건강과 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속히 식품공전에 대두 함량 기준(한식메주·개량메주 95%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메주의 대두 함량 규격을 다시 신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고 공정한 거래 질서가 확립되도록 대두 함량 표시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대두 함량 표시 의무화가 추진돼도 유명무실해 저급메주 생산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식품공전 상 반드시 대두 함량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소비자들도 메주의 대두 함량 기준 마련 및 규격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80% 이상)이 압도적으로 나왔다”며 “식약처가 더 이상 소비자들과 업체들의 의견을 외면하지 말고 수렴해 식품공전을 개정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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