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매장 소형화…온라인 마케팅 더욱 중요해져
미국 식품매장 소형화…온라인 마케팅 더욱 중요해져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3.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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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줄이고 접근성 높여…홀푸드마켓 데일리 숍 2만㎡로 절반 수준
이커머스·인플루언서 마케팅 영향 소비자 구매 행태 변화
고객 ‘찍어둔 상품’ 찾아 매장 방문…쇼핑 지도 동선 달라져
규모 축소 편리한 최상의 쇼핑 경험 제공…임대료·재고 감소도
유명세 탄 상품만 전진 배치…온라인 마케팅 전략 고민할 때

미국의 오프라인 식품매장이 소형화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대형 매장에 재고를 쌓아 놓고 판매하는 대신 크기는 줄이고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유통 전략이 식품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 LA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이 잇따라 소형포맷 매장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아마존이 인수한 미국 대형 유기농 슈퍼체인 홀푸드마켓은 지난 3월 4일 '홀푸드마켓 데일리 샵'이란 이름의 새로운 소형포맷 매장을 올해 안에 뉴욕 맨해튼에 최초 개장하기로 발표했다. 새로운 매장은 홀푸드마켓의 평균 매장 크기인 4만㎡에 비해 그 절반인 2만㎡가 될 계획이다. 매장 크기를 줄인 만큼 도보 통행량이 많은 도심에 근접해 소비자가 신선한 식자재를 출퇴근 길에 손쉽게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식료품 시장에서 이러한 근린형 소형매장을 내세운 체인으로는 트레이더조스가 있다. 트레이더조스는 작은 주차장 크기로 악명이 높더라도 작지만 이웃처럼 가까운 매장을 경영철학 삼아 시장에 포지셔닝해 왔다. 업계에선 홀푸드마켓의 소형포맷 매장 개점이 부상하는 라이벌 트레이더조스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홀푸드마켓의 새로운 전략이 단순히 라이벌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고 효율적인 소형포맷 매장 확대가 이미 미국 대형 소매업체 전체의 화두가 되고 있기에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이처럼 미국 소매업계가 소형포맷 매장을 계획하는 이유는 이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확대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경험하는 일련의 단계를 뜻하는 ‘고객 여정’이 달라졌기 때문에 오프라인 소매업 역시 이에 최적화된 형태로 매장을 변화해 나가는 것이다.

◇ 멈추지 않는 이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장

오프라인 쇼핑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팬데믹 기간 빠르게 성장한 이커머스는 기존 오프라인 쇼핑의 양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미국 전체 이커머스 거래액은 약 1조1187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2023년 미국 전체 소매판매액의 15.4%에 달하는 규모이다. 또 2022년 대비 2023년 전체 소매판매액이 2.1% 증가한 것에 반해, 이커머스 거래액은 7.6% 증가했다.

이커머스는 팬데믹 기간 대면 활동이 제약된 상황에서 크게 성장했으나,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빠른 배송과 가격 경쟁 등 적극적인 전략은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온라인이라는 채널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성공시켰다. 그 결과,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전체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커머스의 보편화는 단순히 결제 단계만 온라인으로 이동시킨 것이 아니라 주력 마케팅 공간도 온라인으로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2019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211억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올해엔 그 규모가 역대 최고치인 24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2023년 인스타그램을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만 약 19억5000만 달러로 추정되며 2024년엔 20억 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Statista
자료: Statista

◇ 새로운 고객 여정 지도 테스트할 시점

이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확대는 고객 여정 중 탐색 단계를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과거엔 고객들이 니즈가 생기면 매장을 방문해 최대한 많은 상품을 접하고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옴니채널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이 자신이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던 ‘바로 그 상품’만을 염두에 둔 채 매장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약 85%의 소매거래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의 즉시성은 소비자를 강력하게 유인한다. 디지털 환경에 가장 익숙한 Z세대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있다. LA타임스는 Z세대 역시 쇼핑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여가 공간으로서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찾는다고 보도했다.

즉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졌다. 수많은 상품 중 고객이 관심을 두는 상품이 제한적이라면, 또는 고객이 단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기 위해서만 매장을 방문한다면 매장 크기를 대폭 줄임으로써 넓은 공간을 운영하는데 드는 임차료, 유틸리티 비용, 인건비 그리고 재고에 대한 부담을 해결할 수 있다.

홀푸드마켓이 이번에 소형매장을 계획하는 것은 옴니채널 쇼핑이 보편화된 후 그들이 설계한 새로운 고객 여정 지도가 더 향상된 고객 경험을 가져오도록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홀푸드마켓도 새로운 형식의 매장이 “고객이 편리하게 원하는 제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쇼핑할 수 있는 최상의 쇼핑 경험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이라는 강력한 이커머스 플랫폼과 홀푸드마켓이라는 오프라인 브랜드를 연계해 자신들이 그려낸 옴니채널 쇼핑의 고객 여정 지도를 실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 마케팅 전문가는 “매장이 작아진다는 것은 선별된 브랜드와 상품만 입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업들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어떤 상품이 가장 트렌디한 지 분석해 입점시킬 것”이라고 말하며 “온라인상에서 상품이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온라인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소셜미디어에서 유명세를 탄 상품은 고객과 보다 가까워진 오프라인 매장에서 앞다퉈 진열하려 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품은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미국 소매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은 이를 염두에 두고 더욱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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