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핀란드 식품 시장 르포③-동물이 행복한 나라
[기획]핀란드 식품 시장 르포③-동물이 행복한 나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17.09.19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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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건강=사람 건강”…‘원 헬스’ 원칙하에 동물복지 사육
양계 등 ‘농장형’ 금지…항생제 사용 최소화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한 가축사육 선진국으로 동물, 환경, 사람의 건강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원 헬스(one health)’를 동물 사육의 철학으로 삼았다. 즉 핀란드식 가축 사육의 핵심은 ‘동물의 행복’으로 이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과 같은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핀란드 양계, 양돈업에서는 우리나라에 보편화돼 있는 ‘농장형 사육’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또 모든 가축에 예방용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투여할 수 없는데도 구제역과 AI의 평균 발생률은 0%이며 살모넬라균 발생률도 0.11%에 불과하다. 핀란드 육가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핀란드의 항생제 사용량은 평균 22㎎/PCU로 EU 가입국 중 스웨덴 다음으로 가장 적으며 독일은 핀란드의 7배, 스페인은 20배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자료=HK스칸)

최근 벌어진 살충제 계란 사태가 농가의 관행적인 밀집사육이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 가운데 이러한 핀란드의 동물복지형 사육방식은 국내 가축사육 농가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에 핀란드 유기농 돼지 사육농장 ‘안티카이넨 농장’과 육류가공업체 'HK스칸' '아트리아'를 방문해 동물 복지로 식품 안전과 국민 건강을 지키는 ‘원 헬스’의 비결을 알아봤다.

△돼지들과 교감중인 타루 안티카이넨 농장주
핀란드 아우라 지역의 안티카이넨 농장은 1912년부터 소, 말, 돼지, 닭 등을 키우는 농장이었으나 1970년부터는 돼지 사육에 집중하고 있다. 350마리의 모돈, 80마리의 육성돈, 1200마리의 비육돈 등이 96개소의 방에 나눠 사육되고 있는 이 대형농장에서도 역시 동물 복지 정책은 예외가 아니다.

우리에 들어서자 긴 꼬리를 동그랗게 만 돼지들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국내 농가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돼지의 꼬리는 원래 20∼50cm로 긴 편이다. 돼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 습성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꼬리를 자르지만 안티카이넨 농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타루 안티카이넨 농장주는 “돼지들의 꼬리는 모양에 따라 스트레스의 정도와 질병의 여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우리에 들어설 때 돼지의 꼬리가 늘어져 있으면 건강 점검을 해 괜찮은지 살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안티카이넨 농장 분만실 바닥에는 갓 태어난 자돈들을 위한 온열기구와 환기시설이 설치돼 있고 우리에는 새끼 돼지들의 놀이를 위한 공 장난감이 있었다. 사료는 농장이 가진 농지에서 직접 재배한 보리, 밀, 순무 등 유기농 작물을 활용하며, 오메가-3가 풍부한 돼지고기를 위해 농장 주변에서 재배된 유채로 만든 카놀라유도 이용된다.

다른 핀란드 농장과 마찬가지로 안티카이넨 농장에서는 살충제, 성장호르몬, 예방용 항생제 등을 투입하지 않는다. 돼지를 괴롭히는 파리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 대신 유충을 잡아먹는 벌레를 놓았으며 돼지들이 아플 때도 단 세 가지의 항생제만 사용한다.

돼지에 유기농 작물 먹이고 살충제 대신 천적
식품안전청 불시 점검…구제역·AI 발생률 0% 

사육환경에 대한 법적·행정적 제재는 핀란드 식품안전청 ‘에비라’를 통해 이루어진다. 에비라는 유기농 인증 농장을 불시 점검하고, 농장주는 매주 수의사 등 전문가가 지적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보고해야 한다. 유기농 생산 관리 결과는 매년 에비라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안티카이넨 농장에서는 온열기구, 환기시설 등 우수한 사육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돼지들의 놀이, 감정 등을 중시한 동물복지형 사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공들여 사육된 돼지는 도축돼 육가공업체인 HK스칸(HK Scan)의 공장으로 이동한다.

■ HK 스칸

핀란드 최대 육가공 기업…50여 개국 수출
쇠고기 등 외식·급식·산업용 맛있고 건강  
 

HK스칸 그룹은 1913년에 20여 개의 가축 농가에 의해 설립된 도축장협동조합으로 출발한 회사로 돼지고기·쇠고기·닭고기·양고기·오리고기 및 그 가공품과 편의식품을 생산하는 핀란드 최대 육가공 기업이다.

소매용 제품은 물론 외식 및 단체급식용, 식품산업용 제품을 생산해 스웨덴, 덴마크, 발트해국가 등을 비롯한 영국, 독일, 러시아, 홍콩 등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도축장, 육가공 공장, 제품 제조 공장 등

△유카 닉키넨 HK스칸 부사장
생산시설 및 유통망이 핀란드 여러 지역과 스웨덴, 덴마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북유럽 국가에 분산돼 있다.

유카 닉키넨 HK스칸 부사장은 “HK스칸은 항생제 등의 사용을 지양하는 정부 정책과 ‘소비자에게 집중하고 제품에 가치를 더 한다’는 경영이념으로 가축사육, 도살방법, 가공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도달하기까지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운영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K스칸의 계약 농가에서는 핀란드에서 재배한 곡물과 유채씨로 만든 사료를 먹여 일반 돼지보다 오메가-3 함량이 약 4배 높은 돼지로 프리미엄 육가공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 제품은 건강에 더 좋을 뿐만 아니라 더 맛있고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HK스칸의 오메카-3 돼지고기 제품

■ 아트리아 그룹

신선·안전한 육가공품 ‘원할머니보쌈’ 등 공급
핫도그 프랜차이즈 ‘시빌라’ 서울서 시험 매장  

HK스칸의 가장 큰 경쟁업체인 아트리아(Atria) 그룹도 신선하고 안전한 육가공품을 만들기 위해 동물복지 사육을 지향하고 있다.

아트리아 그룹은 소규모 농장 조직에서 시작돼 1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육가공업체다. HK스칸과 마찬가지로 소매용 제품, 육가공 간편식 등을 생산하며 핀란드 전역을 비롯해 스웨덴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등에도 협력사를 운영, 이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 중이며 한국에도 냉동육 제품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진출해 있다.

현재 ‘원할머니보쌈’ ‘미스터보쌈’ 등의 국내 업체와 냉동 돈육을 거래 중이며 아트리아의 핫도그 프랜차이즈 ‘시빌라(Sibylla)’는 서울에서 숍인숍 형태의 테스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트리아의 핫도그 프랜차이즈 '시빌라'는 한국에 진출해 숍인숍 형태로 테스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에사 마키 아트리아 부사장
에사 마키 아트리아 부사장은 “동물을 잘 대하는 것은 수익성있는 생산의 열쇠라고 생각해 아트리아에서는 계약 생산농가에 대한 동물 복지 모니터링과 그를 위한 기술 개발을 항시 하고 있다”며 “농가와 계약시 생산자의 전문성, 동물관리, 체계적인 사료 공급 및 동물의 건강상태 관리 등의 현황을 살펴본 후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트리아에서는 생산자를 위해 각 동물에 대한 동물복지 생산 안내서를 준비해 동물의 번식, 수유, 생활조건 및 건강관리에 관한 명확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며 “계약 생산자는 반드시 그 안내서에서 제공된 지침을 준수해야 하며 부문에 따라 1~12개월 간격으로 수의사가 수행한 검사로 모니터링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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